석양을 잘 보는 요령
원 철
석양은 해돋이와 달리 매우화려하다.
맑은 하늘에 붉게 지는 태양보다는 비올 듯 말 듯 흐린 날에 구름이 온갖 모양을 지어 보는 이를 압도할 때, 수많은 색으로 피어나는 석양은 아름답다.
어떤 석양은 백년 천년에 한 번 보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 수많은 변화를 무엇으로 표현하며 어떻게 화면으로 다 담으랴.
석양이 아름다운 곳은 대한민국의 도처에 있다.
어느 곳이라도 때를 잘 만나면 그곳이 최고다.
딱히 어느 곳을 찍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충 아름다운 경승지를 뽑으라면 우선 학암포를 뽑는다.
학암포항 보다는 해수욕장이 좋다.
아기자기한 해변에 작은 섬들이 수놓고 있는데다 소나무가 그 운치를 더한다.
학암포 옆 구례포는 해변이 넓으면서 수평선 앞의 약 9개의 섬이 약간 멀리 있어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만리포 인근의 해변들은 대동소이하다.
파도리해수욕장은 남다른 맛의 석양을 맛볼 수 있다.
앞에 보이는 흑섬과 옆의 어은돌해수욕장의 어울림 그리고 뒷배경의 황토색 절벽이 있다.
해변에는 해옥이 파도따라 떼굴떼굴 구르면 아이들이 뛰어 노는 듯하다.
좌우에 암석이 돌출돼 있는데다 흑섬으로 떨어지는 낙조는 주위 분위기와 어울려 신비하다.
꼭 외계에 온 듯하고 중국의 어느 섬에 표류되어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친구가 옆에 있다면 왠지 모를 두려움에 꼭 껴안게 되리라.
석양은 꼭 혼자 오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와야 한다.
아이는 절대 데리고 오지 마라.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다말고 느닷없이 색스폰을 부는 격이리라.
백년을 산 노인이 임종을 하는 눈과 입이 석양이 되어 떨어진다.
우린 그 예를 다하면 된다.
연포나 안흥이 있으나 평범한 해변이 펼쳐져 있어서 자주가기에는 좀 어줍다.
안면도로 가면 몽산포·백사장을 지나쳐 꽃지에 다다른다.
안면도에는 수십 개의 해변이 있지만 그 중 꽃지와 샛별을 꼽을 수 있다.
꽃지는 좌측의 산이 용의 형태를 이루었고 우측에는 작은 어항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형국이 편안함을 준다.
용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가 절정이다.
꽃지 보다는 샛별이 조건이 좋다.
좌우의 바위해변과 작은 섬들이 아름답고 해변은 붉은 자갈과 하얀모래로 반반을 이뤘다.
붉은 자갈뚝을 걷노라면 저녁놀은 지고 콧노래는 절로 나온다.
혼자 한가로이 묵상에 잠겨 걷는 다면 시인이 따로 없다.
분위기 자체가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암울한 색스폰이 슬프디 슬픈 재즈를 연주한다면 딱 어울린다.
안면도를 건너 대천에 이르면 절정을 이룬다.
대천해수욕장을 가는 사람들은 촌사람들이다.
대천의 비경은 군인콘도 앞 해변이다.
해운대를 축소한 모습 그대로다.
좌측에 보를 막지만 안았다면 세계적인 자랑거리였으리라.
자연을 파계하는 인간이 더러워지고 무서워진다.
그만큼 군인콘도 해변의 해수욕장은 단연 최고다.
이곳에 이르러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대천을 지나면 서천에 이른다.
서천하면 비인이다.
비인은 춘장대로 불리워진다.
서해안 3대 비경은 학암포·꽃지·비인(춘장대)이다.
산으로 가면 대천의 성주산을 꼽을 수 있다.
성주산의 놀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비경의 백미다.
강화 보문산의 놀도 좋고 부안 석불산에서 떨어지는 호수와 산 그리고 바다의 어울림도 좋다.
목포 유달산의 놀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고 법문한 서산대사의 말처럼 놀은 놀이요 해는 해로다 말할 수 있다.
유달산에서 보는 다도해의 절경과 일출 그리고 석양은 말을 잠그고 입이 얼어붙었다.
그저 심청가 한 대목이 스산이 다가와 눈물만 훔치게 할 뿐이다.
남해 보리암에 다달으면 일출과 석양이 이루는 하모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어디선가 목탁소리가 울리고 태양은 떠오른다.
수행자는 하루 종일 기도올린 지친 육체를 쉬려 할 즈음의 여름날 일몰과 석양은 불현득 나를 돌아보게 한다.
여수 항일암도 좋지만 목포 유달산을 떠나면 석양보다는 일출이 좋다.
석양은 지친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그네는 슬며시 노래를 부르고 듣는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
하루를 다한 태양의 주검이 주는 감동이 시가 되어 울린 것이다.
하염없이 울 수 있어서 좋고 어둠이 주는 두려움을 잠들게 해서 좋다.
석양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태양이 내 몸을 안고 있음을 본다.
그건 진정한 어머니의 품이기에 따뜻하다.
그 길을 끊임없이 다가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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